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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니2 작성일25-03-28 23:28 조회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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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방산 선바위에서 본 고성읍 일대. 조벽래·조현세 부자가 어렵게 찾은 선바위에서 경치를 둘러본다. "그만 좀 해요. 이런 산행 이제 넌더리나요."긁힌 손등에선 피가 나고, 바지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다닥다닥 걸려 있었다. 경남 통영에서 보기 드문 영하의 날씨였지만, 현세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했다. 숨은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면서도, 으르렁거리는 이리처럼 분노를 토했다. 살기는 없었다. 참을 만큼 참았던 것이 터져 나왔으나, 항변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현세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해마다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하는 동네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1시간째 가파른 돌길과 수풀을 헤치고 있었다. "곧게 솟은 것이 얼마나 독특한지 아니? 분명 이 근처에 있어."아버지와 한 번 산행한 사람은 다시는 같이 가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산행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것을 찾기 전에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혼자 산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 아들인 네가 따라 가야지"하는 어머니 말에 아버지를 따라 나선 그는 오늘도 갔던 길을 되돌아오길 세 번째다. 갔다가 돌아오고, 저리 갔다가 돌아오고, 남은 산행 거리를 알 수 없는 막막한 여정은 산행이 아닌 고행이다. 모처럼 걸음을 멈춘 아버지는 보온병을 꺼내 보리차를 따라 주며, 하늘을 가리켰다. 손을 뻗으면 베일 것 같은 차가운 파란 물감 속을 새가 날고 있었다. 날갯짓 없는 우아한 비행, 독수리는 아닐 것이고, 매나 수리일 것 같았다. "매가 그냥 나는 게 아냐. 공기가 부드러워지는 게 느껴지니?""찬바람만 부는데요.""매의 학명은 팔코 페레그리누스Falco peregrinus, 방랑자라는 뜻이야. 옛날 몽골에선 머리 위에 맴도는 매를 한이 있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방랑자의 영혼이라 믿기도 했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매를 보고 있으면 느리고 우아한 비행 탓인지 정신이 몽롱해졌다. 3초 같은 3분이 흐르고, 호흡은 정돈되고, 손등의 상처는 딱지가 생겼고, 땀은 말라 있었다. 이렇게 바람이 거센데 어떻게 저리도 안정감 있게 나는지, 펄럭거리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나와 반대되는 존재인 게 분명하다. 비행만으로 벽방산이 고요해졌다.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은 언제쯤 매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빠른 하산은 글렀음을 직감하고, 매에게 잡힌 참새처럼 아버지를 따랐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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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방산 선바위에서 본 고성읍 일대. 조벽래·조현세 부자가 어렵게 찾은 선바위에서 경치를 둘러본다. "그만 좀 해요. 이런 산행 이제 넌더리나요."긁힌 손등에선 피가 나고, 바지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다닥다닥 걸려 있었다. 경남 통영에서 보기 드문 영하의 날씨였지만, 현세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했다. 숨은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면서도, 으르렁거리는 이리처럼 분노를 토했다. 살기는 없었다. 참을 만큼 참았던 것이 터져 나왔으나, 항변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현세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해마다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하는 동네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1시간째 가파른 돌길과 수풀을 헤치고 있었다. "곧게 솟은 것이 얼마나 독특한지 아니? 분명 이 근처에 있어."아버지와 한 번 산행한 사람은 다시는 같이 가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산행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것을 찾기 전에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혼자 산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 아들인 네가 따라 가야지"하는 어머니 말에 아버지를 따라 나선 그는 오늘도 갔던 길을 되돌아오길 세 번째다. 갔다가 돌아오고, 저리 갔다가 돌아오고, 남은 산행 거리를 알 수 없는 막막한 여정은 산행이 아닌 고행이다. 모처럼 걸음을 멈춘 아버지는 보온병을 꺼내 보리차를 따라 주며, 하늘을 가리켰다. 손을 뻗으면 베일 것 같은 차가운 파란 물감 속을 새가 날고 있었다. 날갯짓 없는 우아한 비행, 독수리는 아닐 것이고, 매나 수리일 것 같았다. "매가 그냥 나는 게 아냐. 공기가 부드러워지는 게 느껴지니?""찬바람만 부는데요.""매의 학명은 팔코 페레그리누스Falco peregrinus, 방랑자라는 뜻이야. 옛날 몽골에선 머리 위에 맴도는 매를 한이 있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방랑자의 영혼이라 믿기도 했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매를 보고 있으면 느리고 우아한 비행 탓인지 정신이 몽롱해졌다. 3초 같은 3분이 흐르고, 호흡은 정돈되고, 손등의 상처는 딱지가 생겼고, 땀은 말라 있었다. 이렇게 바람이 거센데 어떻게 저리도 안정감 있게 나는지, 펄럭거리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나와 반대되는 존재인 게 분명하다. 비행만으로 벽방산이 고요해졌다.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은 언제쯤 매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빠른 하산은 글렀음을 직감하고, 매에게 잡힌 참새처럼 아버지를 따랐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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