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구매력 하락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이탈 속에 영미권을 개척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현실이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결과를 내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의 나태함은 이른바 '슴빠'라고 불리는 SM 엔터테인먼트 팬덤과 아직도 SM 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의 선두주자라 착각하는 평론가들로부터 비롯된다.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여전히 매출은 잘 나오니 나태해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다. 그러나 SM 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 10년 차 즈음부터 이미 선두주자로부터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2017년엔 그런 흐름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았다.에스파 카리나는 지금 SM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확장성 있는 가수다.지금처럼 케이팝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간다면 방탄소년단은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에스파를 미국에 안착시키느냐 아니냐가 SM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의 케이팝 팬덤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는 바람에 케이팝의 유튜브 마케팅이 쉽지 않아진 상황이라 SM 엔터테인먼트가 이대로 빌보드 개척에 실패한다면 경제난으로 계속 축소될 중국 시장의 여파를 고스란히 두들겨맞아 케이팝의 하락세를 견인하고야 말 것이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사내 정치에만 몰입하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현실이 못마땅할 따름이다.현재 케이팝 그룹의 성적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차트는 오리콘, '글로벌 스포티파이'와 '빌보드 핫 100'이다. 오리콘은 일본, 글로벌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빌보드 핫 100은 미국의 인기를 측정하는 지표다. SM 엔터테인먼트의 가수들은 대부분 세 개의 차트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에스파만이 글로벌 스포티파이에서 호성적을 내고 있을 뿐이다. 즉, SM 엔터테인먼트 방대한 매출의 근간은 대체로 한국과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제한된 성과를 내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을 선도한다고 말한다면 평론가의 자격이 없달 수밖에.SM 엔터테인먼트가 세계의 트렌드를 맞춰가지도, 케이팝의 음악 성향을 선도하지도 못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 동안 중국 시장을 제외한 곳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회사가 케이팝을 선도하고 있을 리가 있나. SM 엔터테인먼트는 현시점에선 옛 영광의 유산에만 의지하다가 뒤처진 회사다. 중국 시장을 부여잡고 매출이 잔뜩 뻥튀기된 '공룡'이 1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케이팝 산업이 더 크게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해 볼 수도 있다. 연습생 파이를 상당히 집어삼키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이므로 그 연습생들의 포텐셜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악영향이다.슬프게도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가는 하이브만의 노하우나 편법 같은 건 없다. 아니, 있어도 그걸 SM 엔터테인먼트가 시도하지 않았을 리 없다. 창사 이래로 한 번도 깨끗한 회사인 적이 없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이력을 고려해 볼 때 그런 노하우니 편법이니 하는 게 있었다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서 시도했을 것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이 지나치게 편법을 쓰다가 뉴욕 타임즈로부터 저격당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빌보드 측이 '빌보드 200'의 집계 방식을 바꿔버린 사례를 떠올려보시라.그나마 다행인 점은 에스파,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카리나에 대한 세상의 반응이 꽤 좋다는 사실이다. 카리나는 지난 세 차례의 패션위크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엑소 찬열과 레드벨벳 아이린으로 크게 데인 적이 있는 프라다로선 카리나의 상업 효과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을 텐데, 뜻밖의 잭팟이 터진 셈이다. 결국 카리나는 프라다를 대표하는 얼굴로 인정받아 세계 각지의 스타들과 함께 캠페인을 찍었고, 이에 발맞춰 에스파의 <위플래시>가 일시적 호성적을 보이는 등 드디어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서구권의 입맛에 맞는 가수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SM 엔터테인먼트는 창사 이래로 지금까지 빌보드 핫 100에 진입시킨 가수가 단 하나도 없는 유일한 대형 기획사다. 정확히 말해서 하이브, JYP, YG, SM 중에서 SM 엔터테인먼트만이 유일하게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간 그룹이 없다.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가려는 시도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은 떠올리지 않기로 하자. 상술한 슈퍼엠의 사례 말고도 에스파를 빌보드 핫 100에 진출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SM도 해볼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봤다. 이제 정신승리가 아니라 원인 파악에 힘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