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로는 풍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풍자는 결코 날이 서 있지 않다. 종교, 권력, 부조리, 고통 등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그 방식은 부드럽다. 교회 안의 성직자들, 권위적인 군인들, 고통받는 민중들, 모두가 둥글고 평등한 형상으로 그려진다. 그는 대상을 비웃거나 공격하는 대신, 조용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 시선 속에는 애정과 연민이 있다.Presidente durmiendo, 1998년보테로는 2023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화풍은 여전히 살아 있다. 따뜻한 색채와 둥근 형상의 그림들은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그 그림들은 조용히 말한다. 세상을 그렇게 복잡하게 나누지 않아도 된다고. 모든 감정과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보테로의 화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형태의 과장’이다. 우리는 종종 이를 ‘비만’으로 오해하지만, 그는 단호히 말한다. “나는 뚱뚱한 사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볼륨을 사랑한다.” 그의 그림에서 모든 요소는 확대된다. 사람, 동물, 의자, 악기, 사물까지도 부풀어 오른 듯 표현된다. 이 과장은 단순한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회화 자체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식이다. 볼륨은 형태를 극대화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낸다.The Widower, 1968년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2023)는 전 세계 어디서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가다. 사람도, 동물도, 사물도, 모두가 둥글고 크다. 유쾌해 보이기도 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과장된 형상 너머로 깊은 사유와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보테로의 세계다.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대부분이 움직이지 않는다. 인물들은 고요히,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이는 악기를 들고 있고, 어떤 이는 식탁에 앉아 있으며, 어떤 이는 기이하게 큰 몸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보테로는 이 정적인 장면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 안엔 웃음과 쓸쓸함, 익살과 고요함이 겹쳐져 있다. 보는 사람은 웃게 되지만, 그 웃음 끝엔 어딘가 울림이 남는다.보테로는 평생 한결같았다. 유행이나 시장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어떤 이는 그를 구식이라 했고, 어떤 이는 가볍다고도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하는 말을 그림으로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그림 안에서 세상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그렸다.그는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검소하고 절제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은 선명했다. 어린 시절 투우학교에 잠시 다녔고, 이를 소재로 한 초기 작품들에서도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 미술을 접하고, 고전 회화의 구조와 안정감 있는 구도를 자기 방식으로 흡수했다.La familia, 1992년Una familia, 1989년Pareja bailando, 1987년또 하나의 특징은 색채다. 보테로의 색은 선명하고 따뜻하다. 노랑, 초록, 분홍, 주홍 같은 색들이 화면 가득 담기지만 전혀 요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화면은 고요하고 차분하다. 색과 형태가 어우러져 하나의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이 그림 전체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부여한다. 화면 속 인물들이 아무 말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것도, 그 정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Mujer con pájaro. 1973년그의 그림은 더하거나 뺄 것 없이, 그저 거기 있다. 마치 기다리듯. 누구든 그림 앞에 서면, 마음 한 자락이 가만히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이 바로 보테로의 힘이다.Niña comiendo helado, 1999년Cézanne, 1994년July 20th, 1984년